No, 27
2009/12/1(화)
어처구니없는 초등학교 만5세안  
25일 오전 서울 광진구 서울여성능력개발원에서 미래기획위원회 제 6차보고회가 열렸다. 이명박 대통령과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관계자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저출산과 인구노령화로 인한 경제활동 인구의 축소라는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방안은 초등학교 입학연령 단축이라는 안을 내놓았다.

곽승준 위원장이 내놓은 저출산의 원인은 먼저 자녀양육비를 들었다. 자녀를 키우는데 너무 많은 돈이 들기 때문에 자녀의 수를 줄여서 키운다는 것이다. 예전에 서너명의 자녀를 둔 가정이 과도한 자녀교육비로 인하여 자녀 하나만 낳아 잘 기르는 형식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OECD국가 중에서도 한국의 출산율은 가장 낮은 형편이다.

문제의 원인 분석에는 나름 동의한다. 나날이 높아만 가는 자녀들의 학원비와 대학생들의 등록금문제는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자녀한명을 초등학교에서 대학교까지 교육시키는 교육비로 거의 억대의 교육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들려오고 있다. 게다가 영어 광풍으로 인하여 어학연수비와 유학비까지 부모가 부담한다면 교육비는 천문학적인 액수로 올라갈 것이 뻔하다. 이러한 높은 교육비와 서민경제의 어려움은 부모들에게 자녀들을 많이 낳는 것이 아니라 하나만 낳아 남부럽지 않게 잘 키우려는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강요되었다. 한 자녀에게 올인 하는 시대인 것이다.

그러나 곽위원장은 이러한 저출산문제의 해결방법을 제시한 것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곽위원장의 논리로는 자녀양육비를 아끼게 하기위해 초등학생 입학연령을 1년 앞당기고 이를 통해 학생들을 빨리 졸업시켜 경제활동인구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매우 유치한 논리다. 인간이 대량화시대의 상품인가? 경제논리로 인간을 재단할 수 있는가? 곽위원장과 정부의 논리는 2차 산업사회에서나 통하는 대량생산, 대량소비형의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 곽위원장의 논리대로 교육제도를 개혁한다면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먼저 만5세 아동과 만6세 아동이 같이 입학한다는 점이다. 이는 교육의 과밀화현상이 벌어진다. 마치 20여 년 전과 같은 60명이 넘는 학생들이 한반에서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급과밀화로 인한 교육질의 저하에 대한 대책은 있는가? 둘째, 이들이 대학에 입학하던지, 군에 입대하던지, 취업을 하기 시작하는 시기가 된다면 보다 심한 경쟁에 휩싸이게 된다. 셋째, 이로 인한 만5세와 만6세 아동시대 학생들의 해외유출이다. 교육의 질이 저하되고 취업과 대입의 경쟁이 심해지면 필히 나타나는 것이 조기해외유학이다. 이점은 어떻게 할 것인가? 경제인구확보를 위한 정책이 경제인구의 국외유출이라는 현상으로 귀결될까 걱정이다.

이명박 정부는 저 출산, 노령화, 경제인구의 감소에 대한 원인분석에 과도한 교육비를 들었다. 이것은 일면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그러나 정부는 보다 심층적인 원인을 분석하지 못하고 있다. 과도한 교육비의 원인은 무엇인가? 바로 교육의 획일화이다. 한국교육의 매우 큰 단점은 일제 강점기부터 내려온 교육의 획일화에 있다.

한국의 교육제도를 보면 어린아이가 태어나서 만5세가 되면 거의 모든 어린이들은 유치원에 간다. 거의 똑같은 교육이다. 만6세가 되면 초등학교에 가야만 한다. 만 12세에는 중학교에 만 15세에는 고등학교에 간다. 그리고 모든 학생들이 만 17세에 수능을 치고 대학에 가야한다. 안가면 이상하다. 사회에서도 무엇인가 모자라는 사람으로 인식한다. 학교에서 모자라는 부분은 학원에서 밤늦게 공부해야 한다. 특히 명문? 전문대입학원에서 공부해야 한다. 대학을 다니더라도 어학연수는 필수코스다. 특히 영어권 국가에 다녀와야 한다. 그래야 취직에 도움이 된다. 어학연수가 부족하면 유학도 다녀와야 한다. 취업에서는 특히 토익이 필수다. 전혀 영어쓸일 없는 곳에서도 토익점수가 950점은 되어야 안심이다. 물론 외국 사람과 회화는 안 된다. 일반기업이 아니라 공무원으로 취직하려면 일제 강점기부터 내려온 사시, 행시, 외시를 보아야한다. 이렇게 사시, 행시, 외시를 패스하면 마치 조선시대 장원급제한 듯 신분상승이 된다.

이것이 간추린 한국교육이다. 즉 한국교육은 획일화하여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공부를 해야 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이것은 교육의 다양성추구의 실패라고도 할 수 있다. 간추리면 첫째, 교육단계의 획일화이다. 다양한 교육단계를 만들지 않고 한국은 초등, 중등, 고등, 대학이라는 시스템을 고집해왔다. 이것은 바로 피라미드형 성취시스템으로 나타났다. 전국 고등학교 순위는 서울대 입학생을 누가 많이 배출하느냐로 결정되었고, 대학순위는 사시, 행시, 외시에 누가 많이 합격했느냐에 따라 학교의 순위를 결정해왔다. 이러한 시스템은 다양한 교육의 승자를 양산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극소수의 교육의 승자를 양산하는 시스템으로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시스템이다. 그러나 한국은 일제 강점기부터 지금까지 계속되어오고 있다. 필자가 살았던 러시아를 예로 들어 한국과 비교해보자. 러시아는 한국의 초, 중, 고를 쉬콜라(School)라는 시스템으로 통합하고 있다. 이러한 쉬콜라는 다양한 목적을 가진 쉬콜라들이다. 일반 쉬콜라도 많지만 대학부속 쉬콜라들도 많다. 대표적인 쉬콜라는 차이콥스키 예비과정 쉬콜라, 볼쇼이 발레학교, 영어전문 쉬콜라와 같은 어학전문 쉬콜라, 수학전문 쉬콜라, 자동차, 공업, 화학, 스포츠 등 다양한 쉬콜라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들 쉬콜라들은 오전에는 정규과목을 공부하고 오후2시 이후 '방과 후 학교' 형태로 한국의 학원교육을 대체하고 있다. 즉 오후교과는 학생들의 관심과 재능에 맞추어 맞춤형 교육을 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러시아의 교육시스템에서 수학자, 우주공학자, 무용가, 예술인, 스포츠맨, 외교관 등 다양하고 재능 있는 천재들이 출현했다. 한마디로 말하면 러시아의 교육시스템은 다양성 추구다. 한국교육의 획일화는 아직도 많은 학생들을 외국 조기유학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둘째, 영어몰입교육이다. 현 정부의 정권인수위원회 위원장이었던 분의 오륀지(오렌지)발언은 무척유명하다. 국제화, 세계화를 외치며 영어몰입교육을 외치고 있다. 지자체들은 앞 다투어 외국어 고등학교(영어중심)를 신설하고 영어마을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영어교육의 중요성을 선전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영어강의를 국제화지수로 삼고 있다. 강의를 진행하는 교수나 강의를 듣는 학생이나 모두 제대로 이해하고 강의를 진행하는 것일까? 국가 구성원 모두가 영어에 미쳐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치 이것은 조선시대 선비들이 중국의 주자학에 몰입했던 것과 너무나 비슷하다. 세종대왕이 만든 훌륭한 우리글인 한글이 있어도 이들은 암글이니 언문이니 비하하며 마치 중국 글을 최고로 여겨왔다. 오늘날 그 자리를 영어가 차지하고 있다.

영어는 도구과목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국가의 모든 부분에서 영어를 기준으로 취업, 입학, 교육 정책을 편다면 문제가 아닌가? 너무 과도한 영어몰입이 낳은 결과이다. 왜 프랑스어, 독일어, 러시아어, 중국어, 일본어를 잘하는 것이 영어를 잘하는 것?(토익, 토플 성적이 좋은 것)에 뒤질까? 오히려 이러한 언어들의 효용가치가 나날이 늘어가는 데도 말이다. 이것은 미국의 기준에 우리가 너무 따라가려고 하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오히려 한국보다 영어교육에 몰입하지 않는 스웨덴에서는 운전기사까지도 유창한 영어를 구사한다. 이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셋째, 대학의 획일화이다. 한국은 너무 많은 부분에서 대학에 대해 정부가 나서고 있다. 대학정원에서부터 대학의 재정상태, 영어강의, 교과과정에 이르기까지 거의 자유가 없다. 대학은 독립되어야 한다. 자율적 이여야 한다. 창조적이어야 한다. 왜 한국에서는 노벨상이 안 나올까? 그것은 베끼는데 능숙한 '암기형 인간'들을 양성하는 교육시스템 때문이다. 한국에서 최고명문인 서울대학교를 가려면 주어진 문제에 대해 학교나 학원에서 아니면 과외선생에게서 지도받은 내용을 그대로 암기하면 된다. 암기를 잘하는 학생들은 서울대학이나 서울 상위권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그들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바로 응용이나 창조력이 없다는 것이다. 청소년시절에 심어주어야 하는 것이 응용력과 창조력인데 우리에게는 그것이 없다. 게다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졸업정원제는 학생들에게 입학만하면 된다는 점을 주지시켜 '암기형 인간'의 양산을 낳았다. 그러나 외국의 대학들을 보라. 그들은 '암기형 인간' 보다는 인간의 창조성에 오래전부터 관심을 기울였으며 다양한 학문들을 도입에 능동적인 개방형 시스템을 만들어왔다. 이것이 바로 대학의 자율화이다.

이러한 자율적인 대학문화는 '암기형 인간'을 '창조적 인간'으로 변형시켜왔으며, 심지어는 고등학교뿐만 아니라 초등학교나 유치원에 이르기까지 인재의 조기발견과 육성으로 이어졌다. 이것은 지원하는 전공학과 교수들과 지원학생들과의 오랜 기간 소통으로 이어진다. 교수들이 지원생들의 재능에 대해 오랫동안 살펴본다. 이러한 외국대학은 4년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10년 아니 16년 이상을 가리키는 시스템인 것이다. 이러한 대학의 다양화와 자율화는 우수하고 창조적인 인재를 양성하는 매우 훌륭한 제도임에 틀림없다.

넷째, 교사들의 재교육과 학원선생들의 제도권 충원이다. 창조적인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더 이상 '암기형 인간'을 길러내는 학교와 학원은 필요 없다. 모두 제도권 학교로 충원되어야 한다. 보통 서양의 학교들은 한반에 20명 내외이며, 우열반이 있고 장애우반도 따로 있다. 한국에서는 이상한 사람들이 많다. 우열반을 만들면, 장애우반을 만들면 차별받는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매우 어리석은 생각이다. 실재로 같은 반이면서 받는 차별은 생각하지 않나? 아마도 부모들의 체면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인간의 능력은 평등하지 않다. 그러나 누구나 자기분야에서 특별한 부분은 있다. 이러한 것을 중시하고 키우기 위해서는 우열반이나 특성화반, 장애우반과 같은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좀 더 학생들에게 맞춤형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보다 인간적이지 않을까? 또한 이러한 맞춤형 교육을 위한 조건이 있다. 그것은 한반에 20명으로 학급을 재편하여야 하며, 교사들을 대규모로 충원할 필요가 있다. 한반에 담임교사가 최소 3명의 배치가 필요하다. 또한 교육대학의 재편이 필요하다. 현재 전문적인 교사양성기관으로 교육대학이 운용되고 있지만 그 기능을 더욱 확대해서 교사들의 재교육 기능을 맡아야 한다. 지금은 21세기 지식경제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인터넷에서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에 살고 있다. 이러한 때에 교사들도 일정기간(본인은 7년으로 생각함)이 지나면 1년 정도 자신이 맡은 부분에 대해 교육대학에서 다시 공부하고 시험을 쳐서 평가를 받을 필요가 있다. 교수들에게도 안식년 제도가 있지 아니한가! 이러한 제도는 전반적으로 교육질의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출산율을 높이고 경제활동 인구를 확보하려는 취지에서 도입을 검토하기로 한 취학연령 1년 단축과 가을 학기제 도입은 현실적이지도 않고 효율적이지도 않은 또 한 번 교육실패와 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피해자는 바로 우리의 미래세대에게 미치는 파장은 우리 사회전반에 이를 것이다. 앞서 언급한 한국교육의 문제는 일제 강점기의 교육제도와 21세기 지식사회가 요구와의 충돌이다. 이미 한국의 교육제도는 21세기 지식사회의 요구를 따라올 수 없다. 21세기 지식경제의 수준으로 한국교육을 성장시키려면 교육의 전반적이고 체계적인 개혁으로 만이 해결책이다. 이를 위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정부와 교육자, 학부모 그리고 전문가들의 협의체(Governance)를 구성하여 토론, 연구를 통한 결과물들 도출할 필요가 있다.

부디 대통령과 정부는 보다 신중해야 하며 설익은 정책으로 국가를 혼란에 빠뜨리는 우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

러시아 국립 모스크바 대학교

정치학 박사 이신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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